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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vs 자장면… 그 승자는?

전 국민이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먹을 법 한, 중국음식의 대표 ‘짜장면’. 여러 분들은 어떻게 부르세요? 아니, 뭐 짜장면이 짜장면이지, 뭐 딴 이름이 있겠냐고요? 그렇죠. 짜장면은 짜장면이죠. 다들 아실겁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권장하는 짜장면의 올바른 표기가 ‘자장면’이라는 사실… 그런데 얼마 전, SBS에서 방송하는 다큐멘터리 ‘SBS스페셜’ 중, 2009년 5월 경 방송한 <짜장면의 진실>편을 보면서, 마치 ‘그동안 잘 사귀어오던 내 여자친구가 알고보니 남자였다’ 급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방송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약 92% 가량이 중국 음식점에서 주문을 할 때 ‘짜장면’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조사에 응한 사람들 중 과반수가 ‘외래어 표기법을 ‘짜장면’이라 고쳐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에서 만화가 박재동 화백은 ‘음식이란 것에는 문화가 담겨있는 법인데, 전 국민들이 모두 짜장면이라 알고 있는 것을 자장면으로 부르라 하면 그 문화 역시 변절되는 것이다’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셨어요. ‘맛도 없어 보이고’라는 말도 덧붙이셨고요.  =]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언론에서조차, 예전에는 ‘짜장면’이라고 표기하던 것을, 근래에 와서 ‘자장면’이라고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방송에서 나온 국립국어원의 기획팀 박용찬 팀장은 ‘사실 짜장면의 ‘짜’발음은 엄격히 말해 ‘짜’도 아니고 ‘자’도 아닌 중간음적인 성격의 ‘Zh’다’라며, 이 발음을 ‘짜’로 했을 경우 수많은 동음이의어가 생길 가능성 때문에 ‘자’발음으로 할당했다 하셨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이셨죠.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이 문제는 중국어 학자와 이야기 하셔야지, 우리와 의논할 게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전 좀 당황스러웠어요. 우리 말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연구하는 곳이 바로 국립국어원인데, 외래어를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보다 편하고 쉽게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그럼 누구한테 물어본다는 말이죠? 
다큐멘터리 진행자가 ‘실태조사는 뒷받침 되었느냐. 전 국민이 짜장면을 선호하는데…’라며 보다 날카롭게 파고들어가자, ‘실태조사가 충분히 되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나온 문헌, 특히 사전류에 이미 자장면으로 표기가 되고 있었다’며 발뺌하는 국립국어원 측.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동대문의 고서점을 뒤져 ‘자장면’이 표준어로 지정되기 전 사전을 찾아냈습니다. 그것에 다르면 분명 ‘자장면’이 맞는 표현이었습니다만, 아예 한자가 다르게 표기돼 있었어요. ‘볶을 작(炸)’자에서, 식초를 뜻하는 ‘신맛나는 조미료초 작(酢)’으로 말이에요. 애초에 출발부터 잘못되었던 것이죠.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화교출신으로 우리말과 중국어 모두에 능통한 중앙민족대학 조선-한국학 연구소장 태평무 교수는 ‘문화관광부에서 나온 외국어 표기법 중 중국어 표기법이 틀린 게 많다’며, ‘짜장미엔’이 맞는 발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작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산동까지 날아가 확인한 결과, 중국인들 모두 ‘짜’ 더 정확하다며 ‘짜장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출처: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화면 캡처

사실, ‘언어’라는 것은 법칙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가 어떻게 되었느냐가 훨씬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어린 백성들이 니르고져 홀배 이셔도’같은 훈민정음 시절의 문법을 고수해야 하는 것이 맞겠죠.  
‘짜’가 권설음이니 설측후음이니 하는 복잡한 문법적 사실은 일단 접어두고, 저도 박재동 화백과 뜻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음식 뿐만 아니라, 모든 단어에는 ‘개인적, 사회적 추억’이 담길 수 있잖아요. 지금도 ‘초등학교 동창’보다는 ‘국민학교 동창’에 정감 가시는 분들이 있겠죠? 오늘 점심은 다들 짜장면 한 그릇 어떠세요? 날도 추우니 ‘잠봉’은 어떠냐고요? 노노 그건 ‘짬뽕’이 표준어랍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 


*이 포스트는 ‘온한글 블로그’(http://onhangeul.tistory.com) 리포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원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제품 설명서, 좀 쉽게 만들 수 없을까?

애초에 세종대왕님께서 ‘나랏말이 중국어와 달라 문자와 서로 맞지 않아’ 만드신 한글…
그 취지는 바로 사람과 사람이 서로 ‘뜻이 통해 서로 쉽게 이해할 수있도록’ 하려는 것이었어요. 
언어라는 건 서로 ‘통하고자’ 있는 거잖아요. 물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겠지만서도 ‘서로 통하기 위한 것이 언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언어가 갖출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쉬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쉬운 내용을 언어때문에 못알아듣는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거겠죠? 

출처: http://chelseafc.egloos.com/857598

출처: http://chelseafc.egloos.com/857598


이러한 ‘주객전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안내문입니다. 이런 것들의 용도는 오직 하나, 사용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글을 읽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걸 사람들이 알아들으라고 만들기는 한 걸까?’ 


제일 간단한 예를 한 번 보실까요? 


일회용 커피믹스 박스 뒤에 있는 ‘습기를 주의하시고, 건냉한 장소에 보관하십시오’라는 문구… 뭐 어려운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굳이 ‘건냉’이라는 어려운 말을 쓸 필요가 없잖아요. ‘건조하고 시원한’이라는 말을 써도 충분한데. 저렇게 어려운 말 써도 ‘있어 보이는 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한번 쭉 읽어보시면 저 말은  공기중의 습기에 약하고, 건조하고 시원한 장소에 보관하라는 말이죠? 그냥 앞에 ‘습기를 주의하시고’라는 말은 애초에 필요가 없는 말이잖아요. 다른 말들도 아주 까다롭게 써놨죠? 우리가 일부러 알아듣거나 기억하기 힘들게 써놓은 것 처럼요… 

제 책상에 있는 핸드크림 사진인데요… 사용방법이 간단하니 좋기는 하지만, 좀 거슬리는 말이 있어요.  

‘적당량을 취해 거칠어진 손이나 손톱 등에 부드럽게 바릅니다’ 

늘상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 사람들중 에는 어려운 단어를 쓰면 자신이 뭔가 ‘높은 사람’ 또는 ‘잘난 사람’처럼 보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러 있는 것 같아요. ‘적당량’, ‘취해’라는 말, 굉장히 거슬리지 않으세요? 그냥 ‘적당히 덜어 거칠어진 손이나 손톱에 부드럽게 바르세요’라고 해도 충분한데 말이에요. 개그콘서트에서도 이런 대사도 있잖아요. ‘니도 내가 알아 듣는 말을 해라 마!’
 

어려운 한국어의 집대성이 제품 설명서와 보증서입니다. 자, 사진 한 번 보세요. ‘보증기간은 고객의 수기의 영수증을 예외한 어쩌구 저쩌구…’ 쇼를 하는군요 진짜. ‘손으로 쓴 영수증’이라고 하면 5만원짜리 영수증이 5천원 짜리로 평가절하라도 된답니까, 진짜… 이건 고객들이 똑바로 보증서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술책 같기도 해요.  

요즘엔 어떤 ‘안내문’같은 글을 어렵게 쓰는 것이 무슨 고질병처럼 정착한 기분입니다. 위의 사진은 스마트폰에서 3G  인터넷에 접근하려 할 때 나오는 경고문입니다. 사진의 내용과 ‘3G 데이터 네트워크에 연결하겠습니까? 3G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GPS 정보를 보내고 이메일 계정을 동기화 하는 등의 스마트폰의 특성 때문에 통화료가 나올 수 있습니다. ‘라는 말. 어떤 게 더 쉬운가요? 


어떤 분들은 쉬운 말로 이야기하면, ‘경박하다’며 정작 얘기하면 잘 알아듣지도 못하실 어려운 말을 품위있는 것으로 여기시곤 합니다. 그러나, 말에 있어서 품위라는 것은 전문적인 것 처럼 보이는 단어들과 어려운 문법에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건 그 사람의 말을 한 번 들으면 쉽게 이해해 삶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말이 더욱 가치있고 품위 있는 말이 아닐까요? 

어때요? ‘서비스 안됨’이라는 말… 좀 어색하시지만 이게 ‘서비스 불가’ 같은 한자어 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되는 말이 아닐까요? 

*이 포스트는 ‘온한글 블로그’(http://onhangeul.tistory.com) 리포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원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면접관을 멍하게 만들었던 A군의 한마디

얼마 전 8월 말, 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알파라이징 대학생 블로그 리포터’ 면접을 구경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사회 경험이 없는 그들인지라, 잔뜩 긴장해 들어오는 지원자들…
‘짜식들 많이 떨리지?’ 하는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어느새 저는 그들이 엄청 부러워졌습니다.
대학생들의 거침없는 대답과 자기표현, 툭툭 던지는 말 속에 녹아 있는 젊음이 마냥
부럽기만 했어요. 이제 제가 서른을 넘긴 탓일까요? ㅜㅜ

개인적인 관심사를 주로 풀어내는 블로거라던 ‘A’ 학생이 떠오릅니다. ‘아무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을 것 같은 자신의 일상을 블로그로 풀어내는 이유가 뭔가요?’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까만 눈동자가 인상적인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레알 잉여돋는 제 일상이지만, 제가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재미있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그것이 소소한 기쁨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면접관의 표정이 일순간 멍~해졌습니다. 그 학생의 생각에 감동한 걸까요? 아닐 거에요.
면접관들의 반응에 아랑곳없이 그 학생의 답은 계속됐습니다. 


“제 일상을 최대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려고는 하지만, 제가 약간 필력도 모자라고 해서 아무래도 인기 있는 코믹 이미지나 상황에 맞는 사진을 짤방으로 넣어 방문자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면접관들이 눈빛이 더욱 흔들리며 고개를 갸우뚱 하는 가운데, 어떤 면접관 한 분이 떨리는 목소리로 A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 A씨…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잘 이해가 안 가서 그러는데, ‘잉여’ ‘짤방’이 무슨 말이에요? ‘돋는’ 건 또 뭐고요?”


세대 간 격차가 가장 많이 느껴질 때가, ‘그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을 때’라고 합니다. 같은 한글을 사용하는데, 서로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아 내가 세대 차가 나서 쟤들 말을 못 알아듣는구나’ 하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을 잉여인간이라고 보통 부릅니다만...

‘잉여’라는 단어는 ‘쓰고 남은 것, 나머지’를 뜻하는 말로, 보통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쓸모없는 짓을 한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몇 가지 유형을 그린 손창섭의 소설 <잉여인간>이 모티브가 된 듯해요.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걸 ‘잉여 짓 하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거죠. 

‘돋는다’는 말은, 어떤 ‘느낌’을 나타내는 말로 ‘소름 돋는다’에서 온 말인 듯합니다. ‘오늘 카라 일본 데뷔 무대 봤어? 정말 미모 돋지 않아?’ 이런 식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쓰더라고요.

‘짤방’‘짤림 방지 사진’의 준말입니다. 예전 DC인사이드 게시판에서는, 글에 사진이 첨부돼 있지 않으면 관리자가 글을 삭제해 버렸습니다. 하긴, 거긴 게시판 이름이 아예 ‘갤러리’니까요.

이런 것도 짤방의 일종이죠?

그래서, 일반적인 글을 쓰더라도 글이 ‘짤리지 않도록’ 재미있는 사진을 아무거나 첨부했다고 해요. 이것이 바로 ‘짤방’이라는 말의 유래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한글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유행어나 신조어들은 예전과 달리, 한번 인기를 끌면 빠르게 퍼져 나가 금세 ‘대세’가 되니, 그 속도는 더욱 빠르겠지요. 

한글 학자들을 비롯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몰라도… 저는요, ‘언어는 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어린 뷕셩이 니르고져홇배 이셔도’라는 말을 요즘에는 쓰지 않잖아요?

그러나 비슷한 연배의 세대나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가 아닌, 면접이나 상견례 등 자신과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나 다른 연배의 사람들과는 그런 말보다는 표준에 가까운 우리 말을 사용하는 것이 서로 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이란 게 ‘소통’이 가장 큰 기능인데, 그 기능을 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까요.

과연, A군은 합격했을까요? ^^;; 

<*이 포스트는 ‘온한글 블로그’(http://onhangeul.tistory.com) 리포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원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