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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Hendrix 최고 맛집, 충무로 사진골목 떡볶이

사실 그렇다. 맛집이라는게 대부분 추억과 연결이 돼있기 마련 아닌가. 여행지에 맛집이 많은 이유가 아무래도 그런 게 아닐까? 서울이라고 음식 잘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을거고… 요즘엔 재료도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니 좋은거 구할라면 충분히 구할테니… 여행지 식당들이 또 그리 싼 것도 아니고 말이다. 좋은 사람들과 경치 좋은 곳에서 먹는 음식은 어지간하면 맛있는 법이다. 여친과 대판 싸우고 나서는 산해진미를 먹어도 별로일거다.

‘추억’이 가장 효과 좋은 조미료라는 전제 하에서, 오늘 오후 내 최고의 맛집에 다녀왔다. 충무로역 5번출구를 나와 농협을 지나치자 마자 나오는 약국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벌써부터 내 입속은 침이 스윽 고이게 된다. 이제 훼미리마트와 사진 현상/인화점 ‘R3’가코앞…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 내 발길은 자연스레 포장마차로 향한다. 내 인생 최고의 맛집은 충무로 사진 골목의, 이름도 없는 떡볶이 포장마차다. 사진 현상조 R3앞에 있기 때문에 R3 떡볶이라고도 하긴 하지만…
[#M_이 집을 처음 만난 것은 시간을 10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2004년... 옛날 이야기 읽으시려면 클릭을~||접기
처음 잡지기자로 사회생활에 발을 들인 나는 정말 돈이 없었다. 90만원 조금 안되는 월급에 등록금 대출 상환, 무리해서 지른 기타 값까지 해결하려니, 방법은 밥값을 줄이는 수밖에... 취재사진을 슬라이드필름으로 찍던 시절, 충무로에 필름을 맡기고 점심을 해결하곤 하던 내게, 떡볶이 1인분이 단돈 천 원인 이 집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았다. 천 원이면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고 세 개 천원 하는 튀김까지 곁들이면 하루가 그리 든든할 수가 없었다.

박봉이던 그 곳을 8개월만에 그만두고, 1년 가까이의 백수 생활 후 2005년 여름 다시 들어간 ‘맥마당’은 아예 회사가 충무로. 조금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박봉이던 시절, 일주일에 두 세번은 이 집에 얼굴도장을 찍었던 것 같다. 유독 말이 없던 아저씨가 단골인 나를 알아보시고는 대왕 김말이를 만들어 튀겨주시기도 하고, 저녁나절에 잠시 들러서는 옆에서 막걸리를 들고 와 튀김을 안주삼으시던 할아버지와 잔을 기울이며 알딸딸하게 취했던 기억도 있다.

2009년, 월간 맥마당이 폐간하고 지금의 회사에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충무로와 멀어졌지만, 필름 현상하러 가거나 할 때 1년에 두어번 들르면 날 알아보시고 그렇게 반가워하실 수가 없었다.
오늘 SK텔레콤에 잠깐 볼 일이 있어 명동에 들렀다가, 갑자기 사진골목과 떡볶이 포장마차가 그리워 타박타박 발길을 향했다. 점심을 많이 먹어 별 생각이 없어 음료수 두 개 사들고 인사나 드리고 튀김 한 두개 집어먹으려던 계획은 수포로... _M#]

이게 아주머니가 ‘꼭 먹고 가라’며 퍼주신 떡볶이... 위에는 오징어 튀김과 김말이 한 개씩을 잘라 올리신건데...

이게 아주머니가 ‘꼭 먹고 가라’며 퍼주신 떡볶이... 위에는 오징어 튀김과 김말이 한 개씩을 잘라 올리신건데...

좀 큰 국그릇 사이즈에 가득… 어마어마한 양이지 않은가? 원래 저렇게 주신다. 떡볶이 1인분에 천 원, 튀김은 세 개에 천 원이다. 간단히 계산하면 사진의 떡볶이와 튀김은 1700원 어치? 엄청 많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정성스레 퍼주신 거 다 먹어야지… 배가 엄청 불렀지만 기분 좋게 떡볶이를 먹기 시작…

이 산더미 같은 튀김이 보이는가? 엄청 많아보여도 한 시간만 지나면 저거 싹다 팔려버린다.

이 산더미 같은 튀김이 보이는가? 엄청 많아보여도 한 시간만 지나면 저거 싹다 팔려버린다.

아저씨는 거의 하루 죙일 튀김을 튀기시는데… 남는 날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아까 날 보시고도 씩 웃기만 하던 아저씨… 금방 튀긴 오징어튀김 두 개를 내 앞으로 쓱 밀어놓으신다. ‘먹고 가…’ 아… 내가 배가 터져도 이건 다 먹어야지. 맑은 간장에 찍어 먹으니 옛날 맛 그대로다. 아저씨가 또다시 주신 고추튀김까지 모두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지만, 마음도 그만큼 꽉 차올라 기분이 좋다.

몇 년전에 찍은 아저씨의 모습. 세월이 10년 가까이 지났는데... 정말 한결같으심.

몇 년전에 찍은 아저씨의 모습. 세월이 10년 가까이 지났는데... 정말 한결같으심.

떡볶이 값 드리겠다고 박박 우겨봐도 한사코 손사래치시며 ‘그럼 안돼!!’ 하며 결국은 내 주머니에 억지로 꾸겨넣어 주시던 아주머니와 ‘담엔 꼭 빈 손으로 들러요’ 하며 기타노 다케시처럼 웃으시던 아저씨 덕에 오늘 하루는 정말 기분 좋고 즐거웠다.
사실 이 집 떡볶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객관적으로 ‘와, 최고다!!’ 할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있어, 또는 충무로 사진골목의 작은 포장마차에 추억이 있으신 분들에게 이 집은 정말 최고의 맛집이 아닐까 싶다. 두세명이 5천 원 어치 먹으면 배가 꽉 차오를 정도이니 가격도 완전 최고 아닐까…

이것도 제작년 겨울에 찍은 사진.

이것도 제작년 겨울에 찍은 사진.

아저씨 아줌마, 조만간 또 갈게요. 건강하셔야 해요. 이 글 보시는 분들도 이 집이나, 다른 떡볶이 집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시길. 좋은 추억은 나누면 커지는 거잖아요. //Keep Rockin’


덧1> 이 집에서 튀김만 무쳐 먹을 수도 있다. 천 원 어치만도 무쳐주시는데, 가끔 오뎅과 떡볶이가 딸려들어오는게 또 별미다. 단골이냐 아니냐에 따라 딸려들어오는 양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 


덧2> 이 집은 오전 11시 부터 8시 정도까지 문을 열고, 공휴일은 거의 다 쉰다. 월요일날은 좀 랜덤하게 쉬시는 것 같고 토요일은 장사를 하시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참고하길..